2024.04.19 (금)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로 지정된 경기민요에는 12잡가가 있다. ①유산가(遊山歌) ②적벽가(赤壁歌) ③제비가(燕子歌) ④소춘향가(小春香歌) ⑤집장가(執杖歌. 집장 사령) ⑥형장가(刑杖歌) ⑦평양가(平孃歌) ⑧선유가(船遊歌) ⑨ 출인가(出引歌) ⑩십장가(十杖歌) ⑪방물가(房物歌) ⑫달거리(月齢歌)가 그것이다.
이들 12잡가의 음악의 특징은 4분의 6박자인 도드리 장단이 대부분이며, 형식은 약간 불투명한 유절(마루) 형식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직설적 표현이 많다. 서울ㆍ경기도를 중심으로 충청 북부와 강원 일부 지역까지 애창돼 중부 지방 민요로도 불린다.
12잡가는 세 사람의 인간문화재로 나뉘어 지정ㆍ보호받고 있다. 이중 안비취(安翡翠, 1926년 3월 21일생) 씨가 유산가ㆍ제비가ㆍ소춘향가ㆍ십장가를, 묵계월 씨가 적벽가ㆍ출인가ㆍ선유가ㆍ방물가를 부르며, 이은주 씨는 집장가ㆍ평양가ㆍ형장가ㆍ달거리로 지정돼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다.
매년 설날이나 추석 등 경축 무대에 ‘안비취와 그 제자들’로 소개되며, 기골 장대한 체구가 대중을 압도해 버리는 안비취 여사.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바로 옆의 이춘희(李春羲, 89년 준문화재 지정), 김혜란(본명은 숙근, 전수자), 이호연(본명 연화, 전수자) 씨 등도 TV 화면을 통해 낯익은 얼굴들이다.
"4남1녀의 외동딸로 태어났지요. 위로 언니가 일찍 죽자 명이 길라는 뜻에서 ‘복식(福植)’이란 남자 이름으로 지었답니다. ‘비취’란 예명은 12잡가를 떼 주신 최정식(崔貞植)선생이 제가 16세 때 방송에 첫 출연하게 되자 지어 주신 겁니다. 흔히 비취 반지로 알고 있지만 중국 문헌 속에 나오는 새 이름이라고 들었어요.”
서울 종로구 효자동 대궐 가까운 곳에서 나고 자란 안씨는 순흥 안씨 보성군파로 당시 부친은 효자동에서 제일 큰 잡화상을 운영했다. 부잣집에다 절에 가 빌어서 난 딸로 애시당초 부족함이나 어려움 같은 건 남의 일이었다고 한다.
손으로 태엽 감으며 아버지가 듣던 ‘빅타’ 유성기가 좋아 보여 늘 곁에서 참견했다는 것. 이 때 들은 ‘기막힌 소리’들이 이화중선(李花中仙), 김소희(金素姬), 백운선, 장학선 명창 들의 애절한 판소리. 소학교에 들어갔으나 머리는 좋았는데 공부는 못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등 소리 가사는 듣기만 해도 줄줄 외워 댔지만 특히 산수는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했다고 한다.
안씨의 ‘팔자’는 열 세 살 때의 대담한 가출로 판가름난다. 세 살 위의 이웃집 민향심(閔香心)과 무단 가출, 하규일(河圭一) 씨가 운영하던 정악 교습소에 들어갔다. 그 때 하씨는 이왕직 아악부에 나가면서 별도 교습소를 차려 놓고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었다. 여기서 안씨는 궁중정재(춤)와 4검무, 연하대무, 무산향 등을 익히고 이병성 씨한테 가곡을 정식으로 전수받았다. 뒤늦게 안 어머니의 지원으로 2년 뒤에는 한성준(韓成俊) 씨를 만나 민속춤(승무)을, 최정식(崔貞植) 씨한테는 경기12잡가를 배우기에 이른다. 이래서 가무에 능한 오늘의 안비취로 일가를 이루게 된 것이다.
최정식 씨는 ‘금강산타령’, ‘풍등가’ 등을 작사ㆍ작곡한 장구 명인으로 그의 문하에서 세 명의 인간문화재가 배출됐다. 하규일 씨는 일제 때 조선 권번을 움직인 당대 가무의 대가였다.
"정악에서 민속악 쪽으로 나오니 창법이 달랐습니다. 특히 상성(고음)이 가곡보다 힘들어 적응하기가 힘들었지요.” 안비취 씨는 정악만을 끝까지 지켜 내지 못한 것을 지금도 아쉬워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시집은 정말 가기 싫었고 소리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사 뜻대로만 됩니까. 19세에 강기준(姜基準) 씨를 만나 결혼했지만 그 분은 내 나이 서른에 딸만 둘 남겨 놓고 훌쩍 떠나 버렸지요.”
시집살이하는 동안 ‘여편네가 살림은 안 하고 소리질만 해 댄다’ 하여 가정 불화가 잦았다. 안씨는 그 때나 지금이나 예술 없이는 못 살겠다는 황소고집이었다고 한다. 남편을 잃은 천추의 한은 춤사위와 소리 가락으로 승화 됐고 결혼식에 참석조차 않은 친정 아버지 가슴을 녹이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6ㆍ25 때 부산 피난지에서의 공연과 1959년(34세) 박귀희(朴貴姬)ㆍ임춘앵ㆍ복혜숙(영화 배우)ㆍ최용자(무용가)ㆍ임유앵(임춘앵 언니) 씨와의 일본 순회 공연이 잊혀지지 않는단다. 일본 첫 공연은 최상덕(연출가), 박진(연출가), 이서구(李瑞求) 씨를 중심으로 ‘대춘향가’를 선보여 교포들을 울렸다. 자유당 말기에는 박초월(木初月), 김소희(金素姬), 박귀희 씨와 함께 당시 오재경(吳在璟) 공보처장관을 설득, 오늘의 국악협회를 인가 받아 창립하는 등 국악 발전에도 앞장섰다. 한때는 골프에 심취, 명동 사보이호텔 건너편에 실내 연습장을 만들기도 했으나 첫 사업은 보기좋게 실패했다.
서울 중구 남산동의 안비취 후계양성소에는 대학을 나온 장학생들도 적지 않다. 50명이 넘는 제자 중 최영숙(35)ㆍ이금미(30, 본명 생길, 국립국악원)ㆍ전숙희(44) 씨는 전수자로 등록됐고, 남궁랑(35)ㆍ이유라(34)ㆍ전영희(39) 씨 등은 장학생.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했던가. 준문화재로 지정(1989년)된 이춘희(서울 출생) 씨도 중학 시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민요만 부른다며 체육 선생한테 매맞은 소리 솜씨다. 이창배 민요학원에서 배우다 1971년 안씨를 만나 본격 학습에 들어간 뒤 1975년 안씨가 인간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수석 전수생으로 등록됐다. 한때는 김부해 음악학원에서 배운 숨은 솜씨로 가수 황금심 씨 노래를 구분 못 하게 잘했으며 최근에는 롯데월드에서 민요 부르기 강좌(매주 화요일)를 맡고 있다.
안비취 선생은 경기민요에 놀이가 끼지 않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판소리에는 고수와의 대화(아니리)가 있고, 굿에는 리듬ㆍ의상ㆍ소리ㆍ재담까지 포함된 바라지가 신바람을 내 주는데 12잡가는 단조로움의 연속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이지산 스님(재미)이 귀국하면 제자 김혜란 씨에게 바라지 가락을 배우게 해 경기민요와 굿장단의 만남도 시도해 볼 계획이다. 중대, 추계예술대, 서울예전에 나가 강의하면서도 이런 변신 가능성을 여러 번 토의해 보았다고 한다.
"한생애 예인의 길을 걷느라 여자로서 잃은 것도 많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쌍계사(雙磎寺) 국사암과 서울 근교 절을 자주 찾으며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를 생각합니다. 인생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건지······. 경기민요에 담긴 내용들도 부의 허망함과 헛된 욕심을 나무라는 내용이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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