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한명희/이미시문화서원 좌장
내 뇌리에 각인된 명창 정광수의 이미지는 서너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판소리의 양대 산맥인 동편제와 서편제를 아우른 소리꾼이라는 점이다. 정 명창은 김창환으로부터 춘향가와 흥부가를 익혔다. 서편제의 법통을 깨우친 것이다. 그리고 유성준으로부터는 수궁가와 적벽가를 전수했다. 동편제의 소리맥을 이어받은 것이다. 물론 웬만한 명창이라면 동과 서를 넘나들며 소리를 익히는 게 상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 명창의 경우는 일상적인 예와는 유와 격이 다르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학 연한으로 보나 사사한 스승들의 면면으로 보나 가히 정통 중의 정통이랄 양수겸장의 명창으로 사료되기 때문이다.
정광수 명창은 어려서부터 서당 공부를 해 한학에도 깊다. 옛날로 치면 비가비 명창인 셈이다. 판소리 사설에는 고사성구가 많고 한문에서 유래하는 낱말들이 부지기수다. 따라서 한학에 깊지 않고는 판소리 사설의 온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명창들의 소리를 들어보면, 한문 투의 가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노래하기 때문에 실감 있는 맛을 내지 못함은 물론, 때로는 엉뚱하게 왜곡된 발음을 해서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정 명창의 한학 수학은 분명 남다른 장점임에 틀림없고, 그만큼 자신의 판소리 음악의 완성도에도 크게 작용했음이 사실이라고 하겠다.
음악 외적 얘기가 될는지 모르지만, 정광수 선생이 걸어온 생활 반경 또한 개성적인 면이 많다. 정 선생은 광주 지역에서 주로 활동해 온 명창이다. 얼핏 대수롭지 않은 일 같지만, 나는 그것을 높이 평가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이해득실을 따라서 부화뇌동하는 세태에 보기 드문 예술가적 소신을 만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특히 20세기 후반의 우리 사회 풍조가 그랬듯이, 국악계의 명인 명창들도 너나없이 서울로 모여들었다. 중앙집권적인 문화구도나 산업사회의 도회적 매커니즘으로 볼 때 어쩌면 당연한 추세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광수 명창만은 세태를 추종하지 않았다. 소위 출세에도 명성에도 불리하기 마련인 지방을 고집하며 소신 있는 음악 활동을 솔선해 온 것이다. 세속을 한 수 밑으로 보는 인상적인 예인의 개성이요 소신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정 명창의 소리 세계는 중용과 조화의 예술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소중한 미적 정서와 판소리 음악의 덕목을 직조해 가는 독보적인 위치임에 분명하다고 하겠다. 중앙 중심의 인력권에서 벗어나 문화의 지방화를 실천했으니 시대적 균형감각을 선각했다고 하겠고, 결코 쉽지 않은 한학과 소리 공부를 겸비했으니 금상첨화의 예술적 조화를 꾀한 셈이라고 하겠으며, 전문분야인 판소리의 양대 계보를 두루 섭렵했으니 가히 음악적 중용과 조화와 균형을 구존했다고 하겠다. 정 명창의 음악적 격조와 예술적 개성이 유난히 돋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점에 있다고 하겠다.
(본 연재는 이지출판사 출간 '한악계의 별들'에서 발췌하여 게재한다. 이를 허락해주신 출판사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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