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상세페이지
기찬숙/아리랑학회 이사
#1 우리 가요 트로트, ‘아리랑’이라고 하자
최근 공연 중 소신 발언으로 화제를 끌고 있는 가왕 나훈아는 25년 전 공연 중 아리랑을 언급하여 화제를 일으켜서 자극을 받았다. 우리의 대중가요 트로트를 ‘아리랑’으로 명명하자는 주장이었다. 1995년 광복 60주년 기념 <나훈아 코서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팝송, 프랑스는 샹송, 이태리는 칸조네, 일본은 엔카가 있는데 우리는 ‘트로트’라고 한다. 이제 ‘한국은 아리랑이라고 하자”
잠시 화제는 되었지만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해 실현되지도 못하고, 이후에도 더 이상 주장도 하지 않아 잠복된 ‘아리랑 말’이다. 그러나 이는 실현 여부를 떠나 아리랑의 상징성을 이슈화 했다는 점에서 기억할만한 발언이다.
#2 아리랑은 한국인의 진언(眞言)
직지사 방장 관응(觀應)스님의 설법 중 아리랑을 언급하여 신문에 대서특필 된 바 있다. 1929년생으로 세수 94세, 법랍 75세로 입적한 스님이다. 오랫 동안 산문을 나서지 않는 스님으로 알려지신 분이 속세의 아리랑을 언급한 것이다.
"한국인은 타고 나기를 아리랑을 배우지 않아도 안다. 그래서 아리랑은 마치 진언이다. 진언은 그 뜻을 묻거나 의심하지 않는다. 그 자체가 곧 전부인 것이다.”
법문(法門)이란 말이 진리를 깨친 분의 가르침 또는 ‘진리(眞理)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문(門)’이라는 뜻이니 아리랑을 법문의 한 방편으로 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아리랑 말’ 중 기억되는 말이다.
#3 "아리랑 엄마”
세계적인 전위 예술가 백남준 선생(1932~2006)은 작고 직전 피아노로 아리랑을 연주했다. 주변인들 증언으로 나이가 들면서 ‘아리랑’과 ‘엄마’란 말에 집착을 보였다고 한다. 그에게 아리랑은 엄마였고, 엄마는 아리랑이었다. 흔한 표현으로 '아리랑으로 쓰고 엄마로 읽는'것은 아닐까. 한국인 심성의 원초성을 확인시켜 주는 말이다.
#4 아리랑은 한국의 창(窓)
1994년 'Song of Arirang'의 저자 님 웨일즈(Nym Wales/본명 Helen Foster Snow)를 만난 아리랑 연구가 김연갑의 취재기에 나오는 말이다. 미국 자택에서 님 웨일즈를 만났을 때 단문의 대화에서 김산의 생애를 말하는 대목에서 ‘Korea'와 ’Arirang'를 동일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아리랑으로 한국을 알고 있다고 반복해서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취재기에는 님 웨일즈의 말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Arirang is the window of Korea.”
#5 아리랑은 옛 노래이지만 오늘의 노래.
1960년대를 장식한 세계적 듀오 그룹 싸이먼 앤 가팡클(Simon & Garfunkel) 못지않는 남성 화음을 구사한다는 자부심으로 이름한 우리나라 에스 지 워너비(SG WANNABE)의 <아리랑>이 나오면서 언급된 말이다. ‘아라리’도 있고 ‘아리랑’도 있고, 자신들의 ‘아리랑’도 있음을 표현한 ‘아리랑 말’이다. 가요 아리랑 중 기억되는 <아리랑>이 생성한 ‘아리랑 말’이다. 에스 지 워너비에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