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한명희/이미시문화서원 좌장
대학 때 전공이 물리학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잠시 의아스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내 선입견이지만, 수학이나 물리학 같은 분야를 공부하는 분들은 왠지 심성이나 인상이 냉철하고 이지적이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을 보는 순간 그 같은 사견은 여지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한마디로 그분의 인상을 가장 적확的確하게 집어내는 낱말을 하나 고르라면, 나는 서슴없이 인후仁厚라는 두 글자를 고를 것이다. 그만큼 그분의 인상은 누가 봐도 인자하고 후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저 같은 덕성스런 풍모 때문에 큰 기업을 일굴 수 있었구나 하는 자못 관상학적인 단상이 스쳐가기도 했다. 그처럼 만인이 호감을 느끼게 하는 풍격 있는 용모를 타고난 분은 도대체 누구일까? 바로 제과업계의 대표기업인 크라운해태제과 초해超海 윤영달尹永達 회장이다.
윤영달 회장은 한국 사회의 명문대가名門大家인 해남 윤씨의 후손이다. 송강 정철 선생과 함께 조선 중기 시문학의 쌍벽이었던 고산 윤선도 선생의 13세 손이다. 윤선도 선생은 고산孤山이라는 호가 함축하듯 성품이 강직하고 고고했다. 따라서 그의 관직 생활에는 풍파도 많았다. 어찌 보면 유배나 관직 삭탈 등 굴곡이 많았던 용행사장用行舍藏 덕에 오히려 주옥같은 시문들을 후대에 남길 시간적 여유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조선조 문학사에서 송강이 가사문학에 거봉이었다면 고산은 시문학에 태두였다. 교과서를 통해서 널리 회자되는 고산의 ‘오우가五友歌’는 자연주의 문학의 백미처럼 지금도 청초한 시상으로 뭇사람들의 가슴속에 잔잔히 녹아 있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식이며 속은 어이 비였는가
저러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오우가 중에서 대나무를 읊은 이 시조는 고산의 대쪽같은 오상고절傲霜孤節이 여실히 응축돼 있다. 각설하고, 달관의 안목으로 아름다운 대자연의 품에 들어 유유자적했던 고산의 후손답게 크라운해태제과 윤 회장 역시 풍류적인 기질이 다분한 기업가다. 그림이나 조각 분야도 그러하거니와 특히 전통 한국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과 호감은 각별한 데가 있다. 언필칭 국악을 좋아한다는 사람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스스로 좋아서 속속들이 사랑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세태가 그러하기에 사심 없이 한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윤 회장의 예술애호정신은 그래서 한층 돋보인다.
널리 인지된 사실이지만 윤 회장은 매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을 거창하게 개최한다. 한국인의 정서와 현대사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민족의 노래를 널리 선양하며 역사의식을 환기시키기 위한 그분의 속깊은 애국심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일이지만, 윤 회장은 역시 예술애호가답게 송추의 수십만 평의 산과 계곡에 조각 동산과 연주 장소와 휴식 공간 등을 꾸며서 아트밸리라는 문화예술 명소를 조성하여 만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고 있다. 나도 어느 때 한 번 몇몇 지인들과 초대받아 고즈넉한 산등성이의 정자에서 차를 마시던 기억이 지금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 윤영달 회장의 이런저런 운치 있는 예술적 행적을 좇다 보면, 분명 나는 그 끝자락에 멀리 고산 선생의 절창 오우가가 태산처럼 우뚝 서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윤영달 회장이 후원하고 이끄는 여러 문화예술 행사들을 감안해 보면, 윤 회장이야말로 이태리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한악계의 진정한 코시모 메디치Cosimo Medici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정악 계통의 원로 연주가들을 규합하여 양주풍류악회를 결성하고 매달 정기음악회를 이어오고 있으며, 국악 콩쿠르를 통해서 선발한 청소년들을 위주로 영재국악회를 만들어 육성시키고 있기도 하다. 또한 정악계의 원로들로 공연단을 구성하여 해외 순회 공연까지 지속해 오고 있는데, 일본과 베트남과 유럽을 비롯해서 금년에는 몽골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여러 사례들을 예시할 필요도 없다. 윤 회장의 진정한 한악 사랑의 진면목은 회사 직원들에게도 단가나 시조, 가곡, 일무 같은 정통적인 음악을 익히게 하는 시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사소하고 쉬운 일 같지만 기실 기업 현장에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공리적인 타산에 앞서 예술을 사랑하는 윤 회장의 가치관이 여사한 기업의 정서적 기조基調와 체질로 이어지고 있다는 명백한 징표임에 분명한 것이다.
(본 연재는 이지출판사 출간 '한악계의 별들'에서 발췌하여 게재한다. 이를 허락해주신 출판사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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