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사할린에 두고 온 나의 아버지
공노원/사할린 한국어교육협회 부회장
나는 1939년 한반도에서 강제동원 되어 사할린으로 강제이주하신 부모님이 사할린 코르샤코프 항구에서 태어난 공노원입니다.
우리 가족은 조선에서 왔고, 중국의 현자 공자님의 후손이고 20대손이라고 하셨고, 그래서 저의 이름은 노나라 노자, 원나라 원자에서 따온 노원이라 지어 주셨습니다. 이 세상을 크게 보라는 세계관을 심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세계사는 저의 큰 관심사이었습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서 러시아말을 하고 살지만 우리 가족은 언제나 조선어로 말을 하고 조선 김치를 먹고 살았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해방이 되었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억류된 우리 가족은 할 수 없이 러시아 국민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늘 너희만이라도 반드시 조선땅에 가서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다행히 오늘 한국으로 영구귀국해서 인천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사할린 2세로서 한국에 정주하게 되었습니다.
사할린 동토의 땅에 어머니와 함께 누워계십니다. 어미니의 유언으로 합장을 해드렸습니다.
아버지(공재철 1914-1970년)는 언제나 조선말만 하시고 러시아말은 배우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탄광에서 일을 하셔서 그래도 대충 알아듣고 소통은 하셨습니다. 국적을 바꾸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절대 러시아나 북한 국적을 받지 않으셨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도 일본어 이름도 러시아 시대에도 러시아 이름도 우리에게는 있을 수 없다고 부정하셨습니다, 러시아 이름으로 개명한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실 정도이셨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20년이 흘러서 우리 형제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조선학교를 졸업하고 러시아 국적을 받았습니다.
1964년 사할린사범대학 생물과를 조업하고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한국어 교육에 대한 출발은 1988년 한국올림픽 성공이후 아버지와 부모님의 고향인 논산과 공주를 방문하고 눈부신 발전을 한 대한민국을 보고 교직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한러수교로 열린 고향길
1990년 꿈에도 그리던 한국에 교육자로 초청을 받고 처음 한국땅을 밟자 제일 처음 떠오르는 사람은 수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목소리었습니다. 1970년 탄광에서 일하시다가 갑작스런 죽음으로 56세에 이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의 유훈이 강하게 떠올랐습니다. "조선어를 잊지말아라. 너는 언제가 우리말을 사용하고 가르쳐라.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잊지말아라 ” 그러나 이미 사할린에서 조선말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결심을 하고 다시 한국어 공부를 해서 다음 세대에게 한국을 알리는 유일한 길은 한국어를 공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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