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아리랑은 남북한 양국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한국과 중국의 자국무형문화유산, 3국에서 4개의 위상을 부여 받은 문화유산이다. 세계 유일의 유산이다.”
"적어도 민요의 역사, 전승형태, 미래 전망을 말할 경우 아리랑의 각주(註)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있다. 민요의 일반적 속성을 아리랑이 집약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기는 해도 일정 부분 공감하게 된다. 1930년대 이후 인문학 분야에서 아리랑만큼 깊고 넓은 담론이 있었던가를 각인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아리랑은 ‘문제적 유산’이다. 해답보다는 그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질문 중에 오늘의 ‘아리랑’ 전형화(典型化)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다. 거칠게 정리하자면 각 시대 문제의식을 아리랑을 통해 대변하고 대응하여 왔다. 그 결과로 얻어진 정체성의 확립 과정이다.
아리랑의 자기변혁 사례는 경복궁 중수 토목공사 7년의 상황이다. 1929년 음악가 이상준이 연극<아리랑> 감상평에서 제시한 경복궁 관련설이다. "경복궁을 이룩할 때에 인민을 강제로 잡어다가 부역을 시키여 사랑하는 사람을 여의고 정든 고향을 떠나서 채찍 밑에서 고역을 할 때에 그들에 입에서 스시로 흘러나와 아리랑이라는 민요가 시작된 것이니 이것이 전해나려 오고 또한 여러 곳으로 퍼져 지금에는 동서남북의 아리랑의 그 정서는 같으면서도 다 각기 그 지방색을 띠게 되었다. 물론 아리랑이 시작된 때는 경복궁 부역 시대라 해도 이것은 그 뒤로도····” 전국의 젊은이들이 모이고, 머물며 어울리는 과정에서 ‘아리랑’은 형성되고 고향으로 돌아간 부역군들에 의해 확산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결과가 황현(黃玹)이 『매천야록』에 적시한 궁중의 아리랑 상황이다. "임금은 매일 밤마다 전등불을 켜놓고 광대들을 불러 ‘신성염곡’(新聲艶曲)을 연주하게 하였는데 ‘아리랑타령’이라 일컫는 것이었다. 타령이란 부르는 노래를 일컫는 우리말이다. 민영주(閔泳柱)는 원임각신으로서 뭇 광대들을 거느리고 아리랑타령 부르는 것을 전담하여 광대들의 실력을 평가해 상방궁에서 금은을 내어 상으로 주도록 하였다.” 이 사실에서 아리랑은 경복궁 중수 이후 임금님과 일반 백성이 함께 공유하고 기억하는 노래가 되고, 전국에서 남녀노소가 부른 노래이다. 이 전국적 향유 현상은 어떤 노래가 갖지 못한 위상을 획득했다.
위의 고종시대 말 아리랑 상황은 선교사 H. B. 헐버트(Hulbert)가 1896년 확인시켜 준다. 구한말의 역사 현장을 목격한 증인의 기록으로, 동시에 거의 유일한 서양식 채보 가능자이며 아리랑 관심자이다. 그는 "1883년 대중적인 애호를 받게 되었다. 나는 어느 누구도 이 보다 더 정확하게 밝혀낼 수 없다고 본다.” 라고 증언한다. 이 시기는 당시 아리랑을 언급한 일본 정치인, 예컨대 인천 이사청 근무자 외교관 시노부 준뻬이(信夫淳平/1871~1962) 등의 기록을 인용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자신감을 부연한 것은 수년간 관심을 가지고 크로스 채킹(Cross checking)을 했다는 증거이다. 경복궁 중수 후 8년 후이고, 황현의 기록 13년 전이니 믿을만한 정황이다.
결국 하나의 노래가 ‘아리랑’으로 전형성을 확보하게 된 것은 '경복궁 중수'라는 7년간의 노래문화 접변 결과로 민중은 물론 궁중에서 임금까지 함께 향유 한 정황으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신분과 지역을 초월해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공존하는 문화공동체에서 ‘하나의 노래 ‘아리랑’으로 부상한 사실, 이것이 확인 가능한 아리랑의 전형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첫번째 양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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