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아리랑칼럼] (43) ‘군함도’, ‘아리랑’ 같이 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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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칼럼] (43) ‘군함도’, ‘아리랑’ 같이 갈 수 있나?

기찬숙/아리랑학회 연구이사

  • 편집부
  • 등록 2020.06.23 23:54
  • 조회수 193,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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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군함도에서, 필자(아리랑학회 연구이사)

         

지난 616일 화요일, 외교부의 정례브리핑 기사를 보고 올 것이 왔다는 사실에서 가슴이 아팠다. 2015년 여름, 명동 유네스코 한국본부 앞에서 일본의 군함도 인류문화유산 등재에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서 낭독과 회원들의 일인시위를 할 때 이미 이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일본의 유네스코에 대한 장악력에서나 관광자원화라는 등재 목적이나 기존의 외교적 행태로 보아 당연한 결과이다. 20177월 군함도를 방문했을 때 곳곳의 현장 안내판에서도 이를 강하게 느꼈다.


아리랑학회와 ()아리랑연합회가 제기한 문제는 이 군함도로 인해 인근에 아리랑고개가 생겼다는 사실 확인과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서 과연 아리랑과 등가(等價)의 보편가치가 있는가라는 회의감 때문이었다.

 

# "나가사키현에 아리랑 고개라는 지명을 확인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되어 끌려 온 조선인 탄부들이 미츠비시 조선소 공장을 오가며 아리랑을 부른 사실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인간 이하의 처우에 반발하면서 고난을 이겨내고자 아리랑을 노래했을 것이다. 나가사키의 평화운동가 기무라 히데토, 시민단체 강제동원진상규명 네트워크연구원 다케우치 야스토 등 일본인들도 이를 인정하는 팩트이다.”(기미양, <군함도 기행기>, 뉴시스 2017.07.03 )


결국 일본은 우리들의 문제 제기에 정보센터를 세워 조선인들의 강제동원과 인권침해를 인정하는 내용을 밝히겠다고 했고, 유네스코는 일본의 이 같은 약속을 믿고 조건부 승인을 하였다. 그런데 일본은 최근 건립한 정보센터에 이런 고백을 적시하지 않았다. 우리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 "하시마(군함도) 탄광에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이 일을 찾아 왔습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나라와 출신지와 관계없이 목숨을 걸고 동료로서 좋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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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아리랑고개’와 ‘아리랑마을’ 원경. 조선인들이 임시로 살았던 곳은 ‘아리랑마을’이고 이 곳에서 미츠비시 조선소로 가는 언덕은 ‘아리랑고개’라고 불렸다.

  

이 같은 표현이 전부이다. 그야말로 일본답다’. 일본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고, 유네스코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았음에도 이를 방치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외교부가 문제를 삼은 것이다. 당연한 외교적 조치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조해서 일본 측이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권고한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철저히 준수해나가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할 예정입니다. 유네스코 측에 대해서도 관련사항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사실 이런 정도는 그야말로 외교적 수사일 뿐이다. 대책에 대해 매우 미온적이다. 더 강력하게 유네스코 본부에 조건을 충족시키게 하든, 아니면 등재를 취소하라고 강하게 촉구해야 한다.


오늘(623) 두 단체는 긴급 모임을 가졌다. 유네스코에 대한 항의 성명서 채택과 다시 명동 유네스코 본부 앞에서 일인시위를 전개할 것을 합의하였다. 결코 군함도와 아리랑을 같은 보편가치를 지닌 인류문화유산으로 인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여러 문화단체의 동참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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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나가사키현 노모반도 서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