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9 (화)
권민정 거문고 창작곡집 거문고, 내 안에 숨은 꽃, (2021년 Music&New WMED-1168) 거문고는 현금이라고도 하며 오동나무와 밤나무를 붙여서 만든 울림통 위에 명주실을 꼬아서 만든 6줄을 매고 해죽으로 만든 술대로 쳐서 소리를 낸다. 괘를 짚어 음높이를 조절하고, 왼손으로 농현한다. 거문고는 이웃나라들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한국 고유의 현악기로 소리가 깊고 장중하다. 남성의 악기, 선비의 악기로 알려져 있으며, 예로부터 거문고 음악은 ‘백악지장(百樂之丈)’...
정범태가 남긴 국악계 에피소드 1970년대만 해도 판소리와 초기 명창들의 더늠이나 사승관계나 공력 정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은 1940년에 발간된 정노식(鄭魯湜, 1891~1965)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와 1966년 발간된 박헌봉의 「창악대강」(昌樂大綱) 정도이다. 이런 정황에서 70년대 명인명창들의 선대와의 관계 등을 살필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 시기는 순전히 발품으로 남도지역을 다니며 ‘째비’와 ‘비갑이’의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얽키고 설킨 관계를 알기는 쉽지 않다. 이 시기 이 부분...
기찬숙/아리랑학회 연구이사 2005년 벽두부터 아리랑이 화제에 올랐다. 1월 국악신문은 AP통신을 인용하여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선정되었다는 내용을 전파시켰고, 4월에는 중국동포 음악인 안계련 선생과 김봉관 선생이 "중국 중앙정부가 아리랑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아마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를 하려는 것인지도 모르니 서두르라”는 제안을 한 것도 이 해였다. 이와 함께 의미를 두어야 하는 아리랑 관련 사항은 문화재청이 전국대상 실태조사 보고서를...
[국악신문] 작가:신길복 3월에 이해인(1945~ )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추천인:장왕기(LA우리문화회 회원) ...
한명희/이미시문화서원 좌장 (사)가야금병창보존회 강정숙명창 강정숙의 음악은 흐르는 물과 같다. 그만큼 유연하고 자연스럽다. 기교가 없는 바 아니나 드러나지 않고, 장인적 내공이 없을 리 없으나 나타나질 않는다. 음악이 완전히 체화되어 하나로 흐르니 마음과 음악 간에 경계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음악은 대교약졸大巧若拙의 경지처럼 편안하게 다가오고 간이하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현란한 재간을 앞세워 음악을 한다. 재간이 앞서가면 가슴속에 뿌리를 둔 감성의 끈...
흙의 소리 이 동 희 진출進出 1 상소를 하고 청원을 하는 것마다 다 받아들여졌다. 대단히 당돌하고 방자한 의견이었다. 기존의 제도와 운용 방법을 과감하게 혁신하고자 하였다. 박연은 그 개혁의 중심에 서서 줄기차게 밀어붙이었다. 작은 소리의 값(음가)에서부터 악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며 그 사용과 배치 조리에 대하여, 방법과 근본 이치를 말하였다. 중국 고대와 현대를 꿰뚫고 고려와 개국 초기의 문제와 당시 조선의 현실을 아우르는 비판과 건의였다. 거기에 모든 열정을 바치었고 용감하게 앞장을 섰다. 그런데 예악의...
옛시조 한 수 한얼 (2021. 선지에 먹, 33×40cm) 달 다려 물으려고 잔 잡고 창을 여니 두렷하고 맑은 빛이 녜론 듯하다마는 이제는 태백이 간 후니 알 리 없어 하노라 달에게 물어 보려 잔 잡고 창을 여니 뚜렷하고 맑은 빛은 옛 모습 그대론 듯하지만 이제 이태백이 죽고 없으니 누가 있어 알아주리. 작품감상 세상풍류를 나눌 사람 없다. 누...
박대헌고서점 호산방 주인, 완주 책박물관장 「내우혜서(內友惠書)」 간찰과 「반휴서가(半虧書架)」 시문 먼저 「내우혜서」 간찰을 살펴보자.(*사진 71) 난고문학관의 설명문에는 "김병연이 강릉 김 석사(碩士)에게 보낸 편지로, 1857년 3월 19일에 쓴 편지다(영인)”라고 씌어 있다. 이 간찰에는 ‘김병연(金炳淵)’이란 이름이 씌어 있는데, 이 사실 하나만 가지고 난고 김병연의 간찰이라고 주장함은 억측에 불과하다. ‘병연(炳淵)’이란 이름자는 아주 희귀한 이름이 아니다. 따라서 난고 김병연이 살던 시대에 ...
유홍 대금정악 영산회상 (2021년 Sound Press GGC-20040) ‘영산회상’은 불교의 성악곡이 기악화한 곡으로 여덟 또는 아홉 곡의 작은 곡들이 모음곡처럼 연결되어 하나의 완성된 곡을 이루는데, 작은 곡들은 생성시기가 각기 달라서 속도나 리듬구조가 다르며, 서로 변주·변화 관계에 있는 것도 있다. 15세기의 음악을 기록한 『대악후보』와 1493년에 만들어진 『악학궤범』에 기록된 ‘영산회상’은 처음에는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相彿菩薩)이라는 불교 가사를 관현악 반주로 노...
국악신문 특집부 최초의 국악 평론가 정범태 정범태 선생을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평론가라고 하면 의아해 할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70년대 활동한 원로 국악인들은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그는 이미 70년대 우리가 꺼내지 못할 말을 대놓고 했던 인물이다. 바로 "권번은 음악천재들이 다니는 줄리아드 음대이고, 당골은 대대로 예능인을 배출하는 예능 패밀리다”라는 말을 당연시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이 말에 동의하지만 당시로서는 이를 자신있게 전거를 들어 입증 해낼 사람은 없었던 ...
기찬숙/아리랑학회 연구이사 아리랑 연표상 어느 해에나 아리랑으로 점철(點綴)되지 않는 해가 있을까마는 2005년의 아리랑은 벽두(劈頭)부터 시작되었다. 1월 19일자 국악신문에는 뜻밖의 아리랑 기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의 인터뷰 중 세계적인 통신사 ‘AP통신’ 보도의 인용이란 설명과 함께 아리랑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언급이 눈에 띄었다. "고유의 전통음악인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에 선정되었다. 한국인이라면 모두 이 노래를 알 것이다. 영국, 미국, ...
[국악신문] 초정 김상옥선생 생가를 돌아 나오는 골목길 유리창에 걸린 김춘수 님의 ‘앵오리’ 시화(詩畵) 사진 앵오리 김춘수(金春洙, 1922~2004)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잠자리를 앵오리라고 한다. 부채를 부치라고 하고 고추를 고치라고 한다.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통영을 토영이라고 한다. 팔을 폴이라고 하고 팥을 퐅이라고 한다. 코를 케라고 한다.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 명게를 우렁싱이라고 하고...
한명희/이미시문화서원 좌장 몇 해 전 프랑스 아비뇽 축제 총감독인 다르시에가 방한했었다. 축제 기간에 한국의 전통예술가를 초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비디오나 실연實演을 통해 정악합주며 무용이며 무속이며 여러 장르를 살펴봤다. 그때 그는 이매방의 승무를 보고, 저것이 어떻게 전통이냐고 했다. 미국의 전위무용가 머스 커닝햄을 능가하는 ‘현대’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진부하리만큼 늘 보는 승무가 아방 가르드적 현대성을 갖췄다니 놀랍기 그지 없었다. 문화가 다르면 미적 안목도 다르고 가...
흙의 소리 이동희 소명5 그리고 여러 제사에 대하여 계속 말하였다. 원단圓壇 적전耤田 선잠先蠶 등의 제사는 지금 조정에서는 모두 태주를 사용하는 음악으로 되어 있다. 태주는 지신에 제사 지내는 음악이므로 사직에 이를 쓰는데 원단은 하늘에 빌며 고하는 제사이니 같은 것을 쓰는 것은 미안할 듯하다. 선농先農과 선잠도 선대의 인귀人鬼이니 사직에 제사 지내는 음악을 사용하는 것은 적당하지 못하다. 또 삼제三祭 안에서 당상과 당하에 순전히 태주의 양성만 사용하게 되니 어찌 그것이 마땅한가. 삼제의 음악도 정세하고 당연함을 보지...
박대헌고서점 호산방 주인, 완주 책박물관장 「금강산(金剛山)」 시문 「금강산」 시문의 경우, 난고문학관의 설명문에는 "1850년(1851년의 잘못─저자) 화순 동복에서 금강산 시회(詩會)의 일부를 써 놓은 친필”이라고 씌어 있다. 시문의 말미에는 "道光三十一年金炳淵書于於也同福”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내용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金炳淵書于於也同福”은 "김병연이 동복에서 쓰다”라는 뜻으로 쓴 문구로, 어법상 맞지 않는다. 여기서 ‘於也’ 두...